천성이 게을러먹어 그런건지 일을 쌓아놓는 스타일이다.
일이 생기면..(급한게 아니면) 일단 쌓아놓고 논다..(뭐 마냥 놀기만하는건 아니고 소스도 좀 훑어보고 디비도 끄적거리고 서버들어가서 뒤적뒤적 그렇게 시간 때운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일이나 해볼까 하고 시작하면 미친듯이 일만 한다. 집중될 때만 일한다.
맨날 이렇게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먀는 그렇지 않은게 현실(이렇게 말하지만 현실은 핑계)
그닥 좋은 습관은 아닌데 그래도 여태까지 크게 일을 빵구낸적은 없으니 그거하나 맘에 위로를 삼는다.
이렇게 일하게 된 원인을 가만 보니 내가 했던 일들이 대부분 다른 영역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모듈개발이 대부분이었다.
두번째로는.. 아직은 말단인 나에게 order를 내려주는 사람은 있으나.. 체크하는 사람이 없다. 일단 order가 떨어지면 일단 나는 검토해보겠습니다. 하고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한 반나절 이면지에 그림 그려가면서 어느정도 일정이 나올지 계산해보고 보고한다. 대부분은 그대로 가는데 그 중간에 날 터치하는 사람이 없다.
좋게 보면 믿어주는거고, 나쁘게 보면 날 버려두는거다.
이야기가 딴데로 샜다.
일을 쌓아놓는 버릇에 대한 변명아닌 변명을 하자면 개발이건 어떤 일이던간에 그 일을 처리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다. 막상 일시작하고 열혈모드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간이 10시간이라고 하면 실제로 그일은 최소 50시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 나머지 40시간은 어디갔냐.. 일단 시작할때 그림그려가며 개념잡고 레거시가 있으면 소스도 좀 보고.. 디비 레이아웃도 보고 하는데 몇시간 잡아먹고 설계하는데도 시간이 절반정도 그럼 나머지 20시간은 ???
숙성..
일을 시작하고 파악하고 분석해서 설계하고 그대로 바로 개발에 들어가면 경험상 항상 탈이 났다. 원인은 설계시에 빼먹은 부분들이 꼭 있었다. 그런데 설계와 개발 사이에 텀이 좀 있으면 이런일이 좀 줄어든다.
이걸 난 정보의 숙성이라 부른다. (거창하지 않은가)
일을 쌓아놓는건 결국 저런 숙성과정인거다. 이런 생각을 확고하게 된 계기는 마크 헌트의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 이란 책을 보면서였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처리모드가 직관적이고 비선형적인 모드와 계산적이고 선형적인 모드로 나뉜다.(흔하게는 좌뇌/우뇌 이렇게 부르기도 함)
어쨌건 이런 기간동안에 '아!' 하고 뭔가 떠오를 때가 있다. 이게 숙성에 핵심이다.
그런데 하나 중요한건 숙성기간에 그냥 놀아재끼면 다 까먹는다. 그럼 그건 숙성이 아니라 망각이 되버린다. 가끔씩 안까먹게 refresh 해줘야 된다.
그럼 refresh는 어떻게 하는가?
1. 가끔 심심하면.. 이면지에 첨 끄적거렸던거 다시 한번 본다.
2. to-do list를 작성한다.. 그리고 다시 접어둔다.
3. 상상한다. (뭐든 좋다 그 일에 대한 어떠한 상상도 좋다.)
이런 방식으로 처리할 만한 일거리에 분량은 경험상 짧게는 3~4일에서 길게는 2~3주 정도 걸리는 일들에 적당하다. 하루 이틀 걸리는 일들을 이렇게 해버리면.. 욕 좀 먹겠지??
일이란게 한번에 하나만 처리하는게 아니니 버닝모드로 들어가는 스케쥴만 잘 맞추면 이 방법이 나한테 잘 맞는것 같다.
ps. 일하는게 먹는것도 아니고 숙성에다 비유를... 거참 일안하고 노는 핑계 한번 거창하다.ㅋㅋㅋㅋ
그러면서 지금도 놀고 있다.(근데 주말에 출근해서 뭐하는거냐..)